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된 방과 너무 밝지 않게 은은한 조명, 그리고 샤워를 막 끝낸 듯한 부드러운 향기. 그들과 나란히 놓을 수 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바로 무드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를 들으면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백이면 백, 생크림케이크 위의 체리처럼 완벽한 분위기의 정점을 찍게 해주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가인 (Feat. 박재범) – Apple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는 ‘욕망’의 대표적인 클리셰로 통한다. 금기된 욕구를 한 입 베어 문 그 때부터 휘몰아치는 격한 감정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도 원초적이고 온통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하면 어때, 그러면 어때. 하는 장난스런 농담 같은 말 뒤로 이어지는 아무도 모를 거야, 너도 지금 원하잖아 하는 본능을 자극하는 말들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누구든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이다. 통통 튀는 리듬 위로 얹은 귀여운 유혹에 홀리는 순간 매력적이고 군침이 돌 정도로 예쁜 것이 저 사과인지 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리게 될지도 모른다. Bite me, Yummy!
Dua Lipa & Whethan – High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기억하는가. [그레이]라는 이름조차 어둠 뒤에 숨은 비밀처럼 황홀하고 고통스러운 남자. 크리스찬 그레이의 남다른 취향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아나스타샤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 영화의 시리즈 제목이 ‘해방’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구속과 지배를 통한 해방, 역설적인 이 영화의 메인 테마만큼 강렬한 것이 OST이다. 서로를 너무나 원한 나머지 분노한 것처럼 엉겨 붙은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베드신 위로 Dua Lipa의 조금은 히스테리컬한 목소리가 섞이면 보는 이의 심장 소리마저 노래의 리듬에 맞춰 뛴다. 박자의 속도가 점점 그들의 움직임과 하나가 되는 그 장면을 본 이상 이 노래가 들릴 때마다 흥분되는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DPR LIVE (Feat. Crush, eaJ) – Jam & Butterfly
겉과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과 가까워지는 경험은 아무리 해도 지겹지가 않다. 건조한 쿠키인 줄만 알았던 그를 베어 무는 순간 주르륵 흐르는 꿀 같은 사랑.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세상이 핑크빛으로 변한다. 어지럽다 못해 눈앞을 흐려지게 하고 굳게 먹은 마음도 부러지게 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이토록 달콤한 노래가 흐르는 방 안에서, 서로의 깊은 곳에 소중히 숨겨 놓은 잼을 찾아 꽃잎을 한 겹씩 벗겨내는 벌들이 된다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향기에 이끌려 그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얼굴을 깊게 묻은 채 날개를 나풀거리는 나비가 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