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무서워할 거 없어. 우리도 부딪혀보자.
중국 춘절이 막 끝난 직후였기에 미팅을 하기엔 최적의 시간이었다. 이미 광동성에 위치한 13곳의 업체들에게 이메일과 알리바바, 메이드 인 차이나 등의 메신저를 통해서 컨택을 진행했고 그 중 답장을 받고 미팅 확답을 받은 7곳의 업체와의 만남을 위해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무식하게 잘하고 왔다. 위챗으로 주고 받은 한 두통의 연락만 믿고 중국 땅 한복판을 여기저기 헤짚고 다녔으니까.(약간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루하루 일정은 계획표와 거의 동일하게 움직였던 것 같다. 매일 아침에 호텔에서 나오면 지하철을 이용해서 공장 근처로 이동했고 근처에서 연락을 주고 받은 담당자의 차로 공장으로 이동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대부분의 담당자들이 잠수타지않고 잘 데리러 나와줬었다.(한 군데만 빼고..)

중국의 섹스토이 공장들은 컸다. 정말 매우 컸다. 그동안 한국에서 찾아다니고 방문했던 업체들과는 규모에서 거의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랄까.
그리고 더 놀랐던 건 체계화된 생산 프로세스의 존재 여부와 엄격한 QC(Quality Control)였는데 오나홀을 생산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생산 뒤 후가공-열로 모난 부분을 녹이거나 흠이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일-부서가 따로 있고 최종적으로 퀄리티를 더블 체크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각 부서별로 노동자 수가 최소 10명 이상이었는데 그 당시 한국 공장만 봐왔던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물론 이제는 더 큰 중국 공장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위의 이미지에 있는 공장 규모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장의 생산라인과 기존에 생산하는 제품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스펙과 기존에 한국에서 생산한 샘플을 보여주며 원하는 요청 사항들을 전달한 뒤 디테일한 견적을 주고 받는 과정을 거쳤다.
07. 请多多关照.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루의 일정을 끝내면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해서 채점표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7곳의 업체와 미팅을 하다보면 업체들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스코어링 가이드가 필요했고,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채점을 하게 되면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리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미팅 내용 써머리와 스코어링을 통해 업체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면 매일 저녁에 미팅 써머리를 해서 슬랙에 공유하곤 했다.


그렇게 11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평가 상위 3군데 업체에 샘플 제작을 의뢰했다. 당연 1등 업체를 통해 제작을 진행하는게 가장 빠르게 제작하는 방법이었지만 우린 리스크 테이킹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2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 없었기에.
상위 3군데 업체 중 1곳은 미팅 때 가장 저렴한 제작 금액을 제시했었는데 샘플 제작을 의뢰하니 갑자기 금액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 금액엔 할 수 없다나 뭐라나.(바로 환불 받았다. 나중에 제작들어가서도 딴소리 할 것 같잖아…)
샘플 제작을 의뢰하고 약 40일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금형 제작에 소요되는 기간 + 샘플 생산 + 산넘고 바다건너 오는 배송 기간임을 생각하면 나름 빠르게 제작해준 것 같다.) 두 곳의 샘플을 받은 우리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 국내에서 그렇게 잡히지 않던 제품의 완성도가 정말 말도 안되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누가 중국은 제품 대충 만든다고 그랬어)
그렇게 우리는 최종 업체를 결정했고(결국 1등 업체가 1등했다.) 본 생산을 의뢰했다. 이때까진 바로 출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